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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개인전, ⟪자개베국, Millow Park⟫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틱 프로그(경기 고양시 덕양구 솔밭 1길 11, 1층)

2023.11.02 ~ 2023.11.13

1200 ~ 1900

설치 도움 / 신효지, 김동주, 김성준

포스터 / 장리환

호스트/ 오채현

홍보 영상 / 오채현

사진 촬영 / 김채윤​

글 / 조성진

경계에 핀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잠의 증거로 남은 베개자국, 기억 없는 유년의 불주사 흉터, 발가락 사이에 잡힌 물집,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닳아버린 정상석이 그것이다. 사물은 그 자체의 형상을 가지고 외부와 대면하며 그 과정에서 
가장 바깥의 표면만이 경계를 만들어낸다. 가장 바깥의 표면과 외부 요인 간의 접촉과 마찰이 만들어 내는 경계의 
형성을 작가는 일종의 알력 다툼으로 바라보았다. 형성된 경계에선 알력 다툼의 흔적들이 그려지는데, 이는 곧 사물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어떠한 역사성을 갖기도 한다. 때로 사건의 증거가 되거나 누군가의 소망과 염원을 담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경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경계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사물의 정체성을 조명했던 작가는 이제 그 흔적들을 덮은 후의 관계를 바라본다. 사물을 
포장함으로써 경계에 남은 흔적들, 즉 사물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다. 덮어두는 것은 임시적인 휴무의 
상태이다. 덮어두기는 이동을 위한 상태도 아니며, 온전한 보관을 위한 상태도 아니다. 사물의 경계에 이불을 덮는 
행위를 통해 단락과 단절을 의도적으로 만듦으로써 사물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물 위에 
이불을 덮어 사물의 경계와 포장지 사이, 그 간극에 대한 짐작을 남겨두었다. 그 간극의 틈에서, 작가는 이불 안에 
사물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여백이 그러하듯, 사물과 이불 사이에 간극 속에는 무엇이든 들어 올 수 
있다. 사물의 정체에 대한 상상과 유추, 역사성과 염원, 일종의 공포까지도 말이다.

  베개자국이 잠의 증거물이 되듯, 작품들의 표면에는 이불 속 사물의 표면을 본 뜬 인각들이 아기의 태동처럼 남아 
있다. 작가는 사물이 갖고 있던 본연의 흔적을, 다시 이불 위에 찍어냄으로써 이불 속 사물의 정체를 짐작으로만 
남겨둔다. 이러한 형질의 유쾌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사물에 대한 탐구와 인식이 작가가 사물과 세상의 경계를 
바라보고 그 간극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식이다.

  지순한 사물의 경계를 바라본다. 사물의 표면에 형성된 경계와 그 위의 흔적들을 통해 세상을 마주했던 작가는 
사물에 이불을 씌우며 경계에 남은 흔적들을 모두 덮는다. 모든 경계가 덮이고 나서야, 사물과 이불의 간극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사물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든다. 이러한 단계적인 작업을 통해 
작가가 처음 작업을 시작할 당시 견지했던 태도, 즉 그가 가진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경계에 대한 인식을 이번 전시를 
통해 재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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